MRI보다 돈안되는 수술…'왜곡된 수가' 손질

입력 2024-03-18 18:38   수정 2024-03-26 15:09


정부가 18일 현행 수가 제도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것은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선 수술을 할수록 손해보는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수가 체계하에서 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의 원가보전율은 80%대에 불과하다. 의료 행위를 늘려야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수술 한 번에 10시간씩 걸리는 필수의료과가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이런 왜곡된 ‘가격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술 수가 ‘정상화’
의료 행위의 보상인 수가는 6000여 개에 달하는 의료 행위의 가치를 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구분한 ‘상대가치점수’에 병·의원 등 기관 특성마다 다른 ‘환산지수’를 곱해 산출한다. 여기에 의료 행위마다 보상이 이뤄지는 ‘행위별 수가제’가 합쳐져 전체 보상이 결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진료 영역 가운데 수술 분야 수가는 원가의 81.5%, 처치는 83.8%에 그친다. 반면 혈액검사 등 검체 검사의 원가 보전율은 135.7%,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영상 검사는 117.3%에 달한다. 이런 수가 체계는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된 2001년 이후 세 번의 상대가치 개편 작업을 거치면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정부는 상대가치를 원점에서 재설계해 수술, 처치 등 필수의료 영역의 수가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5~7년인 상대가치점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해 의료 환경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할 것”이라며 “필수의료 분야의 수술, 처치, 입원 수가가 대폭 인상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잉진료 문제를 야기해온 행위별 수가제도 수술대에 오른다. 행위별 수가제하에선 의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수술로 인해 본 손실을 각종 검사를 늘리는 식으로 보전했다. 또 경증 환자를 많이 유치해 진료량을 늘리는 데 골몰했다. 박 차관은 “행위량보다는 최종적인 건강 결과나 통합적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가치 기반의 대안적 지불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별 수가 조정 협의 쉽지 않아”
이런 상대가치 조정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대가치 조정은 26개 전공별 학회장이 합의해야 가능하다. 전체 총점이 그대로면 한쪽의 보상을 높였을 때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어느 과도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의료계는 다른 수가는 유지한 상태에서 필수의료 수가를 순증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의료는 모든 과가 다 연관돼 있다 보니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며 “(순증 없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영역의 수가를 높이는 만큼 비필수 영역이나 각종 검사 등 과잉 평가된 분야의 수가는 낮춰 전체 건강보험 재정 지출 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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